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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배나무 전정을 한다. 배나무는 생존을 위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가지만 나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가지를 쳐내고 하늘 향해 자라나는 가지를 끈으로 묶어 강제로 눕힌다. 나무를 보면 사람을 닮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무에게서 많을 것을 배우고 느낀다. 특히 배나무의 자람을 보고, 가지를 전정할 때 나는 배나무의 꿈을 자르고 묶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무가 바라는 방향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키우고 있다. 가끔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자라지 않을 때는 톱질로 잘라내어 버린다. 그러다 보면 가끔 새순이 나와야 할 자리에 새순이 자라나지 않고 톱질한 부분이 썩어들어간다. 내가 너무 내몰아서 나무가 견뎌내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든다.
전정을 하며 배나무를 올려다보니 가지 끝에 무지개가 걸려있다. 지금 새순을 띄우지 못하고 썩어가는 이 배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