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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강의 야경

바람공간 2022. 2. 16. 08:02

진주교

남강의 야경은 언제나 내 발길을 붙잡는다. 어두운 밤에 그들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불빛들이 언제부터 그들과 함께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진주교의 조명은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지금의 내 나이보단 몇 살 어리지만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이 다리는 어릴 적 나에겐 모험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위험한 놀이터이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하게 놀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높은 곳에 대한 무서움도 없었고(아니 없었다기 보단 몰랐고) 다리 아래 아치형으로 된 공간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다리를 건너기도 했다.

다리를 유심히 관찰하며 놀진 않았지만 그 당시에도 아랫부분에 둥근 조형물이 겹쳐 저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 나에겐 그것은 물놀이할 때 쓰는 튜브처럼 보였다. 조금 부끄럽지만 그 조형물이 튜브가 아니라 논개의 가락지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것은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다. 왜장을 껴안고 의암바위에서 남강으로 뛰어든 논개의 손가락에 끼워진 가락지가 금가락지였는지 옥가락지였는지 황동가락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억해야 하는 수많은 과거들의 사건들이 쌓여서 우린 지금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진주톨게이트를 들어오는 곳에서는 조금 더 세련된 가락지 조형물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보고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그곳에 그런 조형물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 주변 곳곳에 과거를 돌아보게 해주는 흔적과 조형물이 많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그리고 그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그것은 그저 현재의 물건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게 된다.

천수교

진주교에서 조금 더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천수교가 있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에는 없었던 다리였다. 과거에는 지금의 천수교가 있는 곳도 나의 놀이터였다. 진주교 근처의 남강은 수심이 깊어 쉽사리 강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천수교 쪽의 남강은 수심이 깊지 않았고 물이 좀 빠졌을 때는 무릎 정도까지 오는 수심이라 물에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거나 보물 찾기라도 하는 듯이 물속의 돌을 들어 올리거나 들쳐보며 놀았다. 요즘도 가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얕은 물에서 무엇을 잡는 건지 채취하는 건지 몇몇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의 나처럼 물에 들어가 허리를 숙이고 물속에 손을 담갔다 꺼냈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수교

천수교도 언제부터 조명으로 존재감을 뽐냈는지 모르겠지만 진주교의 조명에 비해 화려하고 몇 가지 색이 순간순간 교대로 나타나다 보니 그 불빛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중국의 가면술인 변검이 생각나기도 한다.

천수교

이 다리는 나의 놀이터가 되기에는 너무 늦게 생겼기에 특별히 함께한 추억이 없다. 유심히 관찰해본 적도 없다 보니 과거를 돌아보는 무엇인가 형상화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다리를 건너갈 일이 생기면 유심히 관찰을 해봐야겠다. 얼마 전 진주문고에 주문한 책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천수교의 야경을 찍었는데 저 멀리 소망진산전망테마공원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밝히는 불빛이 환하다.

진주성

진주교와 천수교 사이에는 진주성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무엇 사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대상의 존재감이 작아 보인다. '진주의 중심에는 진주성이 있다'라는 표현이 좀 더 괜찮아 보인다. 진주성의 야경은 진주 남강의 야경을 대표한다. 진주성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나의 과거와 현재 또한 그곳과 함께 했다. 진주교가 나의 놀이터 정도였다면 진주성은 놀이동산 같은 곳이었다. 놀이동산에 가면 재미있는 놀이기구만 타고 놀듯이 진주성에 가서도 나에게 재미있는 곳에서만 놀다 보니 아직까지 진주성 곳곳을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진 못했다. 진주성은 지금까지 내 마음을 헤아려 주고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는데 나는 진주성에게 그러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을 텐데 관심을 가져주지 못했다. 많이 늦었지만 조금씩 그의 이야기도 들어줘야겠다.

진주성의 야경은 언제 봐도 가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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