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금은 어머님이 사용하는 과거의 내 방에는 책장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필름 카메라인 니콘 F50 이 있다. 이 사진기는 몇 년, 아니 10년이 넘게 외출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있다. 나로 인해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사진기를 더 이상 놔둘 수 없어 많이 변한 세상 구경도 하고 더 많은 순간을 붙잡아라고 아는 작가님에게 사진기를 넘겨 드렸다.
나는 국민학생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그것보단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사진을 인화해서 나눠주는 것이 즐거워 그 시절부터 사진을 찍었다. 그 당시에는 전문가용이 아닌 가정에서 사용한 평범한 사진기를 들고 다녔고 구도, 빛의 방향, 셔터 속도, 노출값 등의 사진 찍는 기술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이 뷰파인더(사진기에서, 촬영 범위나 구도, 초점 조정의 상태 따위를 보기 위하여 눈으로 들여다보는 부분 - 네이버 사전) 안에만 들어오면 그냥 셔터 버튼을 눌렀다. '찰칵' 하며 셔터가 순간적으로 열렸다 닫히는 그 소리가 좋았다. 사진기는 그 짧은 순간 빛을 받아들여 필름에 피사체를 담아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필름의 종류도 많았고 지금보다 가격이 저렴했지만 어린 나이에 필름을 사는 것은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고 대부분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갔을 때만 사진기를 들고 가서 사진을 찍었다. 필름 한 롤을 구입해서 한컷 한컷 찍으면 즐거웠지만 필름의 줄어드는 숫자를 볼 때면 쉽사리 셔터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마지막 사진을 찍으면 지~잉하며 필름 감기는 소리가 났는데 폰의 배터리가 다되어 폰이 꺼져버린 것 같이 사진기는 더 이상 사진기가 아닌게 되었다. 가끔 한 롤을 다 쓰고 난 뒤에 찍고 싶은 순간이나 풍경이 나올 때는 좀 더 아껴서 찍지 못한 것에 후회가 밀려오곤 했다.
사진을 (내 기준에서) 제대로 찍기 시작 한때는 대학생이 되어서 이다. 그 당시에는 니콘 F50이 있었지만 중고로 니콘 FM2를 구입해서 사용했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동아리 선배에게 사진 찍는 기술에 대해 조금씩 배웠다. 사진에 대한 용어도 그때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웃포커싱을 배우고, 다중노출을 알게 되었다. 셔터 속도의 조절과 조리게 값으로 빛을 받아들이는 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 외 여러 가지 알게 되었지만 알면 알수록 사진 찍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하나의 렌즈로 찍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면 다양한 렌즈에 눈이 갔지만 대학생인 내가 구입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들이었다. 친구 중에 고가의 렌즈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어 한두 번 빌려서 찍고 나면 견물생심이란 말처럼 더욱더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주머니 사정은 뻔했기에 구입하는 것은 포기하고 하나의 렌즈로 최대한 이리저리 찍어봤다. 그 당시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필름을 바꿔가며 찍어보는 것이었다. 컬러, 흑백, 슬라이드 필름 그리고 여러 감도의 필름을 구입해서 찍어봤다. 그렇게 찍고 인화하고 인화한 사진을 나눠주는 즐거움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녔는데 어느 순간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진 찍는 것을 그만뒀다.
그 뒤 디지털카메라가 한창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여전히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 한때는 폰에 내장된 사진기의 기능이 제법 좋아졌을 때부터였다. 휴대폰에 처음 카메라 기능이 생겼을 때는 사진의 품질이 형편없었기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요즘은 폰에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의 화소와 기능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고 휴대성도 좋다 보니 편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처럼 한컷 한컷이 아까워 마음을 졸이지 않아서 좋지만 그때의 감성은 없는 게 아쉽다. 인위적이지 않은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와 셔터의 열림과 닫힘으로 인해 사진기에 전해져 오는 작은 진동이 좋았다. 필름 한 롤의 마지막 컷을 찍는 순간 자기 역할을 다했다며 지~잉하며 필름이 감기는 소리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까 하며 인화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때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고 인화된 사진에는 그 당시에 내가 담아내고 싶었던 사람과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과거에는 누군가를 찍어 그 사진을 나눠주는 재미에 사진을 찍었지만 요즘은 순간을 붙잡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풍경, 느낌, 향기 그리고 그 당시의 마음을 붙잡아 두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시간이 흐른 뒤 과거의 사진을 보면 오래되어 몇 조각을 잃어버린 퍼즐 같지만 그때의 느낌은 대부분 기억이 난다.
많은 시절을 함께한 사진기다. 오랜만에 사진기를 책장에서 꺼내 보니 옛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하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다 보니 사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좀 더 아껴줄 사람에게 떠나보낸다. 더 많은 추억을 담아내길 바라며...